본문 바로가기
책소개

북빵구석 상황과 이야기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후감

by 북빵 2023. 11. 30.

 

 책소개

자기 서사의 거장,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비비언 고닉의 ‘자전적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통찰을 담았다. 고닉은 에세이와 회고록, 비평 등에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작가이자 오랫동안 논픽션 강좌를 이끈 글쓰기 선생이다. 그가 글쓰기를 가르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대신 읽는 법을 가르칠 수는 있다고, 경험을 이해하고 나를 발견하는 길을 안내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이 배움의 여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누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둘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를 묻는 ‘방법’이다. 제대로 묻기 위해 고닉은 여러 작가들의 에세이와 회고록을 아름다운 문장과 통렬한 사유로 분석한다. 이 탐구가 고닉이 생각하는 자전적 글쓰기의 핵심으로 나아간다. 진실한 서술자(페르소나)를 만들어야 하며, ‘상황’에서 ‘이야기’를 떼어내야 한다는 것.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이렇게 물어야 한다. 서술자는 충분히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가? 신뢰할 만한가? 작가는 핵심 통찰로 이야기를 구조화하고 있는가? 독자를 사로잡을 만한 탐구가 글에 담겨 있는가? 서술자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어떤 점을 발견하고 폭로하는가? 독자와 함께 묻고 답을 찾으며 이 책은 자전적 글쓰기 안내서, 자기 서사의 본질을 조명하는 해설서, 우아하고 예리한 문학비평 에세이를 오간다. 조지 오웰, 조앤 디디온,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장 아메리, 마르그리트 뒤라스, W. G. 제발트… 고닉을 사로잡은 작가들의 빛나는 글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발췌문


P. 11
작가의 민낯이라는 원료로 만들어지는 서술자는 이야기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이 서술자가 페르소나가 된다. 그의 어조, 그의 시각, 그가 구사하는 문장의 리듬, 관찰하거나 무시할 대상은 주제에 맞게 선택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가장 크게 보여야 하는 것은 서술자 혹은 페르소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P. 18
모든 문학 작품에는 상황과 이야기가 있다. 상황이란 맥락이나 주변 환경, (가끔은) 플롯을 의미하며, 이야기란 작가의 머리를 꽉 채우고 있는 감정적 경험, 혹은 통찰과 지혜, 혹은 작가가 전하고픈 말이다. 「대기실에서」라는 시에서 엘리자베스 비숍은 1차대전 시절 치과에 앉아 『내셔널 지오그래픽』지를 넘기며, 겁 많은 이모가 숨죽여 토해내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듣던 일곱 살의 자신을 묘사한다. 이것 이 상황이다. 이야기는 한 아이가 난생처음 경험하는 고독이다. 엘리자베스 자신의, 이모의, 그리고 세상의 고독.  접기
P. 19
자서전의 주제는 항상 자기 인식이지만, 진공 상태에서의 자기 인식이란 있을 수 없다. 시인이나 소설가처럼 회고록 작가도 세상과 교류해야 한다. 교류는 경험을 낳고, 경험은 지혜를 낳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이 지혜, 더 정확히 말하면 지혜를 향한 정진이기 때문이다… 시인이든 소설가든 회고록 작가든 자신에게 어떤 지혜가 있다는 확신을 독자에게 심어주어야 하며, 이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정직하게 쓴다. 자전적 이야기를 쓰는 작가는 여기에 더해 서술자의 신뢰성까지 독자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접기
P. 30
내게는 나를 위해 싸워줄 서술자가 있었다. 이 서술자는 자신이 곧 어머니처럼 되었기에 그 곁을 떠나지 못한 여자, 바로 나였다. “또 혼자”라는 상황에 겁먹지 않는 서술자. 생각해보면, 그는 도시를 걸어 다니는 사람, 혹은 이혼한 중년의 페미니스트, 혹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작가인 나에게도 크게 휘둘리지 않았다. 이 서술자는 그저 견고하고 제한된 자아로, 중심을 잘 잡고 있는 듯 보였다. 나는 내가 해낸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페르소나를 창조해낸 것이다.  접기
P. 43
서술자는 아무 잘못 없는 사람, 서술 대상은 괴물로 묘사되는 회고록은 상황이 정지 상태로 머물러 있기에 실패작이 된다. 드라마가 깊어지려면, 괴물의 외로움과 무고한 자의 교활함이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서술자가 단순하지 않아야 대상에게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다.
P. 107
회고록 속의 진실은 실제 사건의 나열로 얻어지지 않는다. 작가가 당면한 경험을 마주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독자가 믿게 될 때 진실이 얻어진다. 작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그 일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P. 158
회고록에서 “또 혼자다” 식의 자기 연민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 전략이 필요하다. 자아의 고독이 진정한 주제라면, 자신을 훨씬 넘어선 주제를 필터로 삼아서 말할 때 일반적으로 더 좋은 회고록이 나온다. 그러지 않으면 수사적이거나 추상적인 글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P. 184
처음부터 나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이란 곧 작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 또렷이 보일 때까지 계속 읽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글을 읽을 때 우리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여기서 작가의 뇌리를 사로잡고 있는 더 큰 생각은 무엇일까? 진정한 경험은? 진짜 주제는? 내게 중요한 것은 답을 찾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접기
자전적 이야기를 쓰는 작가는 주제와 관련하여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만을 상상한다. 이 연관성은 밀접하다. 사실, 결정적이다. 작가의 민낯이라는 원료로 만들어지는 서술자는 이야기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이 서술자가 페르소나가 된다. 그의어조, 그의 시각, 그가 구사하는 문장의 리듬, 관찰하거나 무시할 대상은 주제에 맞게 선택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가장 크게 보여야 하는 것은 서술자 혹은 페르소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접기 - 파랑을꿈꾸며
책을 쓰는 동안 나는 이 서술자-페르소나에게 충실했고, 머지않아 더할 나위 없이 몰입하게 되었다. 나 혼자서는,
일상의 나로서는 할 수 없었을 이야기를 하는 이 타자와의 만남을 날마다 고대했다. 그를 발견한 행운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행운이라고). 그의 스타일, 너그러움, 초연함(나로부터의 휴식이라니!)이 감탄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그는 깨달음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접기 - 파랑을꿈꾸며
회고록과 에세이를 읽으면 읽을수록, 이 논픽션 페르소나가 얼마나 기나긴 역사를 살아왔는지, 문화적 변화에 얼마나잘 적응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세기가 저물어가면서 ‘자아 찾기‘의 개념이-실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문학에서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크게 바뀌었다. 하지만 이 자아가 온전하는 파편적이든, 현실적이든 이질적이든, 친밀하든낯설든, 논픽션의 페르소나는 소설과 시의 페르소나가 그렇듯놀라우리만치 강하게, 지략을 발휘해 계속해서 자신을 재창조해왔다. 새천년의 도래와 함께, 무슨 이야기가 됐건 그것을 담을 상황과 이를 해석하여 진실을 말할 서술자가 탄생했다.  접기 - 파랑을꿈꾸며
언어는 강렬하고, 감정은 생생하며, 관점은 일관성 있지만,
이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더 강해지지도 더 약해지지도 않는단 하나의 어조로 비난과 책망을 퍼붓고 있다. 현대 사회의 병폐와 불만의 원인을 찾아 쭉쭉 거슬러 올라가 보면, 완전히 ‘다른‘ 무언가로부터 발산된 듯한 행동을 하는 ‘해방된‘ 여성들의음흉하고 천박한 의도가 ... 더보기 - 파랑을꿈꾸며
상상력으로 쓰는 글에서는 대상에 대한 공감이 꼭 필요한데, 정치적 올바름이나 윤리적 온당함 때문이 아니라, 공감이없으면 마음이 닫혀버리기 때문이다. 교류는 실패하고, 연상의 흐름은 말라버리고, 작품은 편협해진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공감이란, 상대에게 감정을 이입함으로써 입체감을 부여하는 수준의 공감이다. 우리 독자들로 하여금 ‘타자‘를 타자 자신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감정이입이야말로 글을 진전시킨다. 『존경하는 어머니 Mommie Dearest *처럼 서술자는 아무잘못 없는 사람, 서술 대상은 괴물로 묘사되는 회고록은 상황이 정지 상태로 머물러 있기에 실패작이 된다. 드라마가 깊어지려면, 괴물의 외로움과 무고한 자의 교활함이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서술자가 단순하지 않아야 대상에게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다.  접기 - 파랑을꿈꾸며
자기 신화화에 열을 올리는 미국 남부 출신 작가 해리 크루스는 자신이 자란 조지아주의 늪지 문화를 배경으로 길고 짧은 소설들을 쓴다. 에세이 나는 왜 내가 사는 곳에 사는가에서는 대리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이용하여 ‘고향‘에 대한 지독한 양가감정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누구에게나 있는 그런 심리의 치명적 급소를 탐구하기도 한다. 이 에세이 역시 작가의강렬한 선언으로 시작된다.  접기 - 파랑을꿈꾸며
우리의 비밀은, 지금의 우리보다 더 큰 인물이 되고픈, 더 다채로운 인간이 되고픈, 우리가 경험한 모든 정체성과 환상적인 활극을 통합하고픈, 무엇보다 포리스트론 묘지로 향하기전까지 쭉 우리네 삶을 실험해보고픈 웅장한 염원이 여전히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해보겠다. 우리의 진정한 과제는 결국 우리 자신이었다. 마치 우리는 ‘약속의 땅‘이라는 옛날 옛적의 고리타분한 슬로건을 문자 그대로받아들여, 주변 공간이 아닌 우리 존재의 구덩이 속으로 흡수해버린 것 같다. 그리고 진정한 자아가 되어간다는 흥분에,
심지어는 되어가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혀서는 바지가 내려가 더러운 속옷과 앙상한 다리가 드러나기도 한다. 내 장담컨대, 웃음을 사는 건 마음 아픈 일이지만, 그것도 우리를 아주오랫동안 막지는 못한다. 우리는 일찌감치 걸려들었다.  접기 - 파랑을꿈꾸며
‘내가 쓰는 것은 한 시간을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아름다운 작품이 아니다. 퍽퍽한 현실로부터의 해방을 정****신의 고양을 선사할 교향곡이 아니다. 이 글은 절망 속에 쓰인 인생 이야기이다. ..……… 하층민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
나는 30년을 살았으며, 이 세월 동안 인생의 쓴맛을 보았다.
죽음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아름다움을 위해 죽는 자들에 속해 있지 않다. 나는 다른 원인들로, 즉 가난에 지쳐서, 부와 권력에 희생되어, 대의를 위해 싸우다 죽는자들에 속해 있다. 사랑의 고통이나 환멸 때문에 절망에 빠져죽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우리 대부분에게 ‘지진은 새로운샘을 드러낼 뿐이다. 우리는 대지의 존재이며 우리의 투쟁은곧 대지의 투쟁이므로……………  접기 - 파랑을꿈꾸며
신들이 조롱하거나 파멸시키는 진짜 바보는 자신을 모르는사람이야. 난 너무 오랫동안 그런 인간이었어. 당신도 너무오랫동안 그런 인간이었지. 이젠 그러지 마. 최고의 악덕은경박함이야 깨닫는 것은 뭐든 옳은 법이지.
*****ᆞ체면을 잃고 몰락한 인간이 되어 죄수복을 입고 이 캄캄한 감방에 앉아서 나는 자책하고 있어. 괴로워서 ... 더보기 - 파랑을꿈꾸며
그럼에도 이 회고록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인간의 무능력에 대한 놀라운 묘사는 우리에게 불쾌감보다는 감동을 준다. 와일드의 글은 강박적인 반복의 괴로움을 반영하면서-지성은 흔들리고 미사여구는 무거워진다-고립 상태에서의 통찰이 가져오는 갑갑함을 전력으로 재현한다. 따라서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글 자체가 속박된 삶의 등가물이된다.  접기 - 파랑을꿈꾸며
어느 영국인 아편 중독자의 고백은 자기 관찰의 훌륭한기록이다. 『심연으로부터』처럼, 신경증적인 정체停滯 자체를구현함으로써 강박적 글쓰기라는 비난을 피한다. 내적 유배의농축물이자 자멸의 정수.
드퀸시의 고독은 자신과 연결될 수 없기에 타인과도 연결될 수 없는 영혼의 고독이다. 이 주제는 다음 세기까지 쭉 이어져, 간접적으로만 아는 것도 말할 줄 아는 작가들이 외로움의진정한 본질을 근원적으로 인식하고 서술하는 최고의 회고록들이 나왔다.  접기 - 파랑을꿈꾸며
사람은 자신의 과거를 발견해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한다. 이것이 나의 직업이었다. 그래야만 우리의 한계를 알고 연민으로 삶을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의 과거라 해도 과거를 건드리면, 이미 다 끝나버려 바꿀 수 없지만 지금의 정신 속에 보이지 않게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주위를 맴돌고 주르르 미끄러지며 우리를 터무니없이 외롭게 만드는 공포가 일어날 때도 있다.  접기 - 파랑을꿈꾸며

 저자소개

비비언 고닉 (Vivian Gornick) (지은이) 

비평가,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회고록 작가. 특유의 명확한 인식과 관점, 생생한 산문으로 문학, 문화, 페미니즘 그리고 개인의 경험을 탐구했다. 1970년대 《빌리지 보이스》에서 페미니스트 운동을 취재하며 저널리스트로서 명성을 쌓았고, 이후 《뉴욕 타임스》 《네이션》 《애틀랜틱》과 같은 저널로 저변을 넓혀 개인적 경험을 통과한 비평 쓰기, 이른바 ‘개인 비평’을 시도했다. 1980년대에는 자전적 글쓰기에 몰두하며 모녀 서사의 기념비적인 회고록 《사나운 애착》을 선보였다. 책은 출간 직후 회고록 부흥을 일으키며 시대의 고전이 되었고, ‘지난 50년간 최고의 회고록’(《뉴욕 타임스》)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짝 없는 여자와 도시》 《상황과 이야기》 《사랑 소설의 종말》,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턴과 에마 골드먼의 전기 등을 썼으며,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오랫동안 논픽션 쓰기를 가르쳤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에 수차례 최종 후보로 올랐고, 베스트아메리칸에세이상, 윈덤 캠벨 문학상, 파리 리뷰 하다다 문학상을 수상했다. 1935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접기
최근작 : <멀리 오래 보기>,<상황과 이야기>,<짝 없는 여자와 도시> … 총 104종 (모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