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스물두 번째 안내서.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조예은의 첫 번째 연작소설집 『꿰맨 눈의 마을』이 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섬뜩하면서도 독창적인 호러 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가 조예은이 이번에는 바이러스로 뒤덮여 종말을 맞이한 세계를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갑자기 나타난 ‘저주병’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과 살아남은 이들의 작은 세계인 ‘타운’에서 벌어지는 세 편의 소설은 우정과 사랑, 모험에 대한 이야기이자 세상의 모든 ‘다름’에 대한 조예은의 애틋한 전언이다.
발췌문
P. 122
민소매를 입은 그의 양어깨에는 날개가 자라나 있었다. 고목의 가지 끝에 새로 자라나는 잎처럼, 빼꼼히 모습을 내민 손가락들. 손가락과 손바닥과 앙상한 팔목이 모여 그것은 흡사 반쪽짜리 날개처럼 보였다. 백우는 한 발을 내디뎌 히노의 방 안에 들어섰다. 그리고 날개들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레 그를 안았다. 히노에 게서는 달콤한 반죽 냄새가 났다. 히노가 속삭였다.
“쿠키 만들어줄게.”
(「히노의 파이」) 접기
P. 127~128
히노, 나는 그 무수한 별의 수만큼 내가 두고 온 사람들을 생각해. 우리의 손에 묻은 피와 파이를 먹은 사람들을, 그들에게서 빼앗은 시간과 그들이 가질 수 있었던 모든 걸 생각해. 우리가 지금껏 믿어온 것에 대해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 오늘은 꼭 파이를 완성하고 싶어.
할 수 있겠지?
(「히노의 파이」) 접기
P. 162
램은 오래된 두 개의 눈을 감고 손을 떼어냈다. 틈이 벌어지자 어둠이 아닌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그것은 등 뒤의 풍경. 자신이 쉽게 놓치곤 했던 이미 지나온 길. 램은 자신의 모든 눈을 떴다. 정면을 보고 있음에도 뒤편의 풍경이 겹쳐졌다. 앞과 뒤가 합쳐진 세계는 꼭 전혀 다른 세상 같았다. 눈을 뜻대로 깜빡이기까지는 적응이 필요했지만, 그는 원하는 대로 세 번째 눈을 뜨고 감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다. 그는 이 눈을 이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램」) 접기
P. 164~165
그는 이교가 있는 꿈으로 향하며 계속해서 타운과 황야를, 끊어진 다리와 그 건너를 곱씹었다. 우리가 두려워하던 것. 우리가 믿었던 것, 우리가 저지른 일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 기억의 징검다리를 건너 꿈의 세계로 입장하면 이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꿈속의 이교에게 그 모든 걸 전부 말해주었다. 그곳을 벗어나서야 마주하게 된 타운과 황야의 진실을 말이다.
이교, 황야를 지나면 다리가 나와. 그 다리를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있어. 그러니까.
“같이 가자.”
(「램」) 접기
P. 90
괴물, 그러고 보면 어린 조카는 어렸을 때부터 바깥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괴물이 얼마나 끔찍한지가 아니라 괴물이 정말로 있는지, 얼마나 멀리 가보았는지를 궁금해했다. 왜 그동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있고, 타운에서 쫓아낸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괴물에 물어뜯긴 시체는 발견한 적이 없다는 걸 말이다.
저자소개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시프트』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스노볼 드라이브』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만조를 기다리며』 등을 썼다.
최근작 : <꿰맨 눈의 마을>,<테디베어는 죽지 않아>,<만조를 기다리며> … 총 38종 (모두보기)
조예은(지은이)의 말
대부분의 이야기는 가짜다. 허구는 자신을 최대한 숨기려 할 때도 있고, 있는 힘껏 드러낼 때도 있지만 허구라는 것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내가 쓰는 이야기에는 대부분 초현실적이거나 판타지스러운 요소들이 등장하니, 음식에 빗대본다면 돈가스 소스가 노란색이거나 보라색인 모형을 만드는 꼴이다.
최대한 먹음직스럽고, 진짜 같지만 어딘가 이상한, 이상해서 계속 보게 되지만 끝내 진짜라고 믿고 싶어지는 그런 걸 만들고 싶다. 나는 모형들이 좋다. 지면과 스크린 위의 진짜인 척하는 모든 이야기를 사랑한다. 그래서 일단은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_에세이 「빛나는 모형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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