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생태 위기 앞에서 새로운 좌표계를 제시하는 세계적인 철학자의 마지막 대작. 이 책은 과학기술학의 대가이자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독보적으로 제시해온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가 집필한 최고의 대작으로 불린다.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라투르 사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서구 근대성이 낳은 온갖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그 해법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투르는 서구 근대인과 그들을 따라 근대화를 추구한 비서구 근대인이 ‘자연’과 ‘사회’를 구분하고, ‘객체’와 ‘주체’를 갈라놓는 이분법으로 인해 정치적 극한갈등과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요컨대 근대인은 자신과 타자를 파악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 잘못된 이분법의 좌표계로 세상을 재단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투르는 또 하나의 근대성 비판을 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근대인을 대상으로 삼았던 서구 인류학의 시선을 반전시켜 놀랍게도 근대인 자신을 인류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근대인이 추구해온 과학, 기술, 정치, 경제, 종교, 예술, 도덕, 법 등의 영역을 가로지르며 근대적 가치와 제도의 실상을 밝히고, 열다섯 가지 존재양식의 개요를 제시한다. 서구와 비서구, 인간과 비인간의 뒤얽힘이 극적으로 증가하는 인류세 시대에 대응하여 한층 더 다원적이고 생태적인 대안적 좌표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이 책은 근대화의 폭력과 오류를 넘어 생태화의 길로 나아가며 비근대인, 비인간, 그리고 지구와 함께하는 새로운 ‘외교’의 가능성을 연다.
발췌문
P. 81
그는 오늘날의 인류학자는 자신의 연구 대상에게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해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그는 비판적 거리 두기의 자원들에는 거의 의지할 수 없다. 정보원들의 가치에 충실하면서도 영역을 믿지 않고 따라서 영역에서 나오는 보고를 믿지 않으며, 그러나 또한 가치와 제도의 연결을 재정식화한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나중에 보겠지만 일종의 균형 잡기이다), 연결망을 통해 실천을 묘사하는 법을 안다는 것에 그는 만족한다. 다시 말해, 그는 외교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류학자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잘 말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접기
P. 152
세계와 말 사이의 심연이 거대해 보여도, 그것은 한 절합과 다음 절합 사이에서는 심연이 아니다. “개”라는 단어가 짖지는 않겠지만, 몇 시간만 훈련시키고 나면 “피도”라고 불렀을 때 그 이름으로 지정한 그 따뜻한 털복숭이가 말과 사물 사이의 간극이라고 생각되는 것에도 불구하고 점차 실재를 취하며 바로 우리의 발치에 와 있을 것이다. 접기
P. 263
깜짝 놀란 맹인이 위험이 있는 것을 모르고 겁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이것이 근대인의 오만이다). 그러나 주저하기 시작하면 그는 결국 낙심하게 된다(이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다). 그가 정말로 두려워한다면, 아무리 사소한 테러리스트라도 그를 공포에 몰아넣을 수 있다(이것이 근본주의이다). 3세기 동안의 완전한 자유 이후에 이제 지구, 가이아의 형태로 세계의 침입이 도래했다. 예기치 않은 결과의 귀환, 근대주의 괄호의 끝이다. 접기
P. 17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오케스트라 리허설>의 시작 부분을 보면 각 악기의 연주자가 다른 악기 연주자들 앞에서 자신의 악기가 오케스트라에 정말 필수적인 유일한 악기라고 인터뷰 팀에게 말한다. 그 장면처럼 독자들이 여기에서 차례로 검토되는 각 양식이 가장 훌륭한 양식이라고, 가장 판별력 있고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합리적인 양식이... 더보기
P. 30
근대인의 이상형은 전진을 멈출 수 없는 “근대화 전선”을 통해 과거에서 미래로 향해 가는 사람이다. 그러한 개척 전선, 그러한 프론티어 덕분에 근대인은 자신에게서 떨쳐내야 하는 모든 것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진보하기 위해 지향해야 하는 모든 것을 “합리적인” 것으로 규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근대인은 자유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과거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나고 있던 사람이었다. 요컨대 어둠에서 빛으로, 계몽으로 향해 가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내가 이 특이한 좌표계를 정의하기 위한 시금석으로 ‘과학’을 사용한 것은 과학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의 혼란이 근대화의 장치 전체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실과 가치를 다시 뒤섞기 시작한다면, 시간의 화살은 비행을 중단하고 주저하며 사방으로 꼬여서 마치 스파게티 한 접시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접기
저자소개

프랑스 철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를 아우르는 학제적 조류를 이끈 과학기술학(STS)의 대가이며, 근대성 비판과 인간중심주의 해체에 토대를 둔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제시한 독보적인 사상가다. 대표 저서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는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홀베르상과 교토상을 받았다.
1947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아프리카에서 인류학 현장 연구를 경험하며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인류학 연구로 학문적 관심을 넓혔다. 파리 국립광업대학, 런던 정치경제대학, 하버드 대학, 파리정치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라투르가 현대사회와 과학기술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행위자-연결망 이론’(ANT)은 혁신적인 사회이론으로 평가받으며 지리학, 경제학, 생태학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22년 7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첫 저서 『실험실 생활』에서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판도라의 희망』 『자연의 정치』를 거쳐 『사회적인 것의 재조립』 『존재 양식의 탐구』에 이르기까지 숱한 문제작을 펴냈다. 말년에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공지식인으로 활동했으며,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녹색 계급의 출현』 등의 저작을 통해 신기후체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깊이 탐구했다. 접기
최근작 : <존재양식의 탐구>,<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녹색 계급의 출현> … 총 17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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